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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뼘이 조금 넘는 둘레의 머리속에는 언제나 수많은 생각들이 오고가고, 잊혀지고 기억되며 조그마한 틈도 남겨두질 않는다.
틈이 난다 생각하는 순간 다른 생각들이 조금씩 부풀어 올라 빈틈을 채워버리니, 이만큼이 내 생각의 범위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도로 따지면 3~4개 까지는 조율이 가능한 기억의 범위지만, 그 이상은 차례를 기다렸다가 상황봐서 튀어 나오는듯 한데... 정말 까맣게 잊고 있던 일들이 갑자기 떠오르면 '그것'과 관련된 기억들까지도 뒤져서 가지런히 세워놓고 퍼즐맞추듯이 이러저리 생각을 되돌리는 과정 또한 녹록치가 않다.
몇달만에 하는 내 방 청소에 툭툭- 튀어나오는 물건들의 먼지를 털어가며 버릴건 버리고, 정리할 건 정리하는 작업이 마치 내 방의 공간만큼 들어있는 기억의 범위를 정리하는 과정같다. 이렇게 한번씩 물건의 기억을 정리하고 나면 당분간은 기억 못할 것이라도 내버려두고 쌓아놓아도 괜찮을 듯 하다. 약간의 공간이 생겼다.
그나저나 물건은 이렇게라도 한번씩 정리를 하니 다행인데, 기억은 정리하려고 떠올리면 그 시점을 기준으로 다시 한번 각인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벌어지니 답답할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