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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미리 발권도 해놨겠다 - 출발 30분 전 쯤 숙소에서 천천히 걸어서 도착한 중앙역.
지하철 같기도 한 이곳에서 화련으로 가는 열차를 탈 수 있다.
매우 한가로웠던 중앙역
2시간 정도 걸려서 도착한 화련역.
전날 일기예보에서는 비가 올 수도 있다고 했는데, 막상 도착해서 청명한 구름을 보니 다행이다 싶었다.
일정상 화련역에서 점심을 먹고 숙소로 이동하는게 일정이었는데, 의외로 역 주변에 깨끗하게 음식을 파는 곳 찾기가 힘들었다.
조금 더 멀리 둘러보면 있었을지는 모르지만 ,
숙소의 픽업서비스 예약 시간을 생각하면 멀리 나갈수는 없어서 그나마 깨끗해 보이는 가게에서 간단하게 허기를 떼우고, 다시금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이날 머무를 숙소는 실크스 플레이스 타로코(Silks Place Taroko)
텐샹에 위치한 호텔인데, 숙소맞은편에 편의점도 있고 상점들도 있어서 여느 관광지처럼 사람들로 북적였다.
생각보다 아담했던 로비
로비에서 체크인을 하려니, 스위트 룸 예약자는 3층 라운지에서 체크인이 가능하다며 우리를 안내해줬다.
이곳에서 혹시 빠른 체크인이 가능한지 문의 해보았는데 3시 이전에는 불가하다고, 준비가 되는대로 알려주겠다며 따뜻한 차 한잔을 건네줬다.
근데 그래도 여행인데, 이렇게 앉아서 시간만 때우기에는 아까워서 건네준 차를 마시다 말고 호텔 구경에 나섰다.
라운지 뒤로 나가서 제일 먼저 보이는건 바로 커다란 쇼파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이곳에서 밤에는 모닥불을 피워놓고, 같이 노래를 부르는 공연이 있다고 했는데 낮에도 일광욕 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더라.
주변에 온통 산으로 둘려쌓인 이런곳에 숙소가 있다는건 아마도 이런게 가장 장점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 옆에 있는 야외 수영장에서는 이미 몇몇 사람이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아무래도 산 속이다 보니 미온수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여지없이 찬물이더라...
수영 하려고 수영복도 챙겨왔는데, 밤에 과연 수영을 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되어 지금이라도 해야하나 고민을 하고 있을때
방 준비가 완료되었다고 해서 다시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테라스가 있는 첫번째 방.
테라스가 있는 두번째 방.
테라스에서 타이루거 협곡을 바라보는게 참좋더라.
침대가 2개가 들어가는 스위트는 처음이었는데, 화끈하게 물병도 6개씩주더라...
그리고 냉장고에 있던 음료와 견과류, 초콜렛 등 객실에 있는 대부분이 무료라고 해서 밤에 한참 놀고 방에 들어와서 저녁에 탈탈 털어서 먹었다.
그리고 생일이라고 준비해준 케이크까지.
방 구경도 다 했겠다 모두 다 같이 모여서 가족사진 한번 찍고선 숙소 앞에 있는 절에 갔다오기로 했다.
다리건너 저 위에 절이 있다고 했다.
무단 횡단 한번 하고 다리를 건너는데, 다리 주변으로 생각지도 못하게 원숭이들이 삼삼오오 몰려다니고 있었다.
원숭이는 일본에만 있는줄 알았는데...
계단도 걷고, 경사로도 걸어서 도착한 상덕사
대부분 이 앞에서 사진 한번 찍고 돌아가더라.
협곡이라는 이름답게, 저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를 제외하고는 해가 벌써 져버렸다.
왼편에 보이는 흰 건물이 바로 실크스 플레이스 호텔
협곡뷰의 객실은 이런 산책로를 내려다 볼 수 있게 되어 있더라.
그리고 1층에 위치한 뷔페 레스토랑
다음날 아침 조식먹으러 내려와보니, 서양 사람들이 날씨에 아랑곳 않고 야외 테이블에서 먹는걸 보며 깜짝 놀랬는데,
한편으로는 추운거 감안 하더라도 언제 이런 산속 공기좋은 곳에서 새 소리 들어가면서 식사를 하겠나 싶기도 했다.
산책 마치고 잠깐 씻고서 라운지 서비스가 있다고 해서 다시 3층으로 올라왔더니 주변은 벌써 온통 캄캄해져 있었다.
와인에 핑거푸드 몇개 가져다 놓고 이런 저런 얘기좀 하다가 1층에 있는 중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코스 요리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8~9개 음식이 나와서 정말로 배가 터질때까지 먹고서
과연 밤에 수영하는 사람이 있나 궁금해서 다시 3층으로 올라갔다.
이때가 8시 반쯤이었을텐데, 아니나 다를까 야외에는 아무도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사우나를 가야하나, 일단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들어는 가볼까 고민하다가 결국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올라와
발을 살짝 담궈봤는데 생각보다 더 차갑다는(!) 생각에 그대로 자쿠지로 들어갔다.
그런데 처음에는 한적했는데, 되려 시간이 늦어지니까 반대편에서는 사람들이 모닥불 주변에 모여서 기타치고 노래도 부르고,
자쿠지쪽에도 사람들이 많이 모여서 26일의 밤을 즐기고 있었다.
나는 한참을 자쿠지에 있었더니 몸에서 열이나서 결국에는 수영장에 몇번 들어가서 수영을 했는데,
들어 갈때마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몇년전부터 야외 수영장에서 수영하겠다고 노래를 불렀는데 12월달에 하게 될 줄은 나도 몰랐지...
시간이 더 늦어지니까 자쿠지에 있는 썬배드쪽에 야외 빔을 설치 해서 영화도 틀어주더라.
나도 얼른 방에 들어가서 씻고 나와서 구경하러 갔는데, 소리는 대만어, 자막은 영어로 나오길래 잠깐 구경만 하다가 다시 객실로 돌아갔다.
산 속에서 밤에 뭘 하나 싶었는데, 정말로 근사한 밤을 선사해줬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테라스 앉아서 바라 본 풍경
새들이 지저귀고 햇살이 비추는데,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로 삭막한 곳에서 살고 있구나 느끼기도 했었다.
이날은 오전에 타이루거 협곡의 포인트만 구경하는 버스투어를 진행했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도 있었는데, 우리는 이날 점심시간에 다시 타이페이로 돌아가는 일정이어서 별도로
우리 가족만 이용할 수 있는 투어를 신청했다.
대리석으로 지은 팔각정
다행히도 이날도 날씨가 맑아서 협곡 사이로 햇살이 스며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타이루거 협곡은 융기에 의해서 산세가 형성되었는데,
그 사이로 흐르는 물에 석회암이 침식되면서 앞으로도 더 높고, 더 깊은 모양으로 변하갈 것이라고 했다.
곳곳에 트래킹 코스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이 구름 다리는 사전에 신청을 해야만 통과할 수 있는 코스라고 하더라.
수많은 사람들이 정으로 쪼아서 만들었다는 길도 통과해보고 -
어느 휴게소에 도착해보니, 많은 사람들이 한곳을 바라 보길래 뭔가 해서 봤더니
인디언 추장이라고 불리우는 형상의 돌을 볼 수 있었다.
이런걸 보면서 놀라는 성격이 아닌데, 이번꺼는 보면서 꽤 놀랬다(흠칫)
가볍게 트래킹 하려고 찾은 사가당 트래킹
인조 골조로 만들어진 트래킹이 아니라, 절벽을 ㄷ모양으로 파내어서 길을 만들어놨더라.
평지여서 걷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는데, 바닥에 잔 돌이 많아서 가끔씩 발바닥이 따끔했다.
참 색이 곱다
타이루거 협곡의 입구
전날 이곳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타에페이로 돌아가기 위해 이곳으로 나왔다.
원래 계획한 대로 관광을 마쳤고, 감사하게도 날씨도 맑고 근사한 호텔에서의 하룻밤도 보내고
다시금 타이페이로 돌아가기 위해 마지막 사진을 찍었는데,
하룻밤을 더 머무르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여행이라는게 새로운걸 보고, 느끼고, 경험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모든것을 하루만에 다 경험하고 받아들이다는거는 언제나 쉽지 않은 것 같다.
여행기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속에 경비, 이동수단, 시간 등을 녹여내다 보면은
비어진 시간을 발견하게 되면 아무래도 무언가 또 다른것을 하려고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온전히 그 곳의 모든것을 느끼고 즐긴다는 것은 아직은 어려운 것 같다.
여튼, 이렇게 오전의 타이루거 관광을 마치고 화련역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타이페이 행 급행열차에 몸을 실었다.